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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왜 그랬어요?”“아빠가 진짜 너무너무 힘들었다”
‘신당동 신천지 아내 살해 사건’ 자녀들이 밝힌 전후 사정
2012년 04월 20일 (금) 23:54:21 전정희 기자 gasuri48@amennews.com

   

두 딸은 황망했다. 아버지가 엄마를 목 졸라 숨지게 하다니…. 지난 3월 10일 새벽, 두 딸은 앞뒤 생각할 겨를 없이 경찰서로 달려갔다. 그리고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물었다. “왜 그러셨어요?….” 아버지는 “아빠가 진짜 너무너무 힘들었다. 너희에게 미안하다.”고 했다. 

최근 서울 신당동에서 신천지(교주 이만희) 신도인 아내를 남편이 목 졸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. 이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허모 씨(55)의 두 딸이 4월 17일 서울 오금동 예수님사랑교회(담임 이덕술 목사)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천지로 인한 그동안의 가정불화에 대해 증언했다. 충격적인 살인사건이지만 어머니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사실상 신천지의 피해자라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, 더 이상 자신들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. 

“우리집은 정말 화목한 가정이었습니다. 부모님은 매일 성실하게 일하시고 베풀며 살았던, 정말 존경스러운 분들입니다. 그런데 신천지로 간 이후 엄마는 ‘같이 (신천지)교회에 가야한다. 안가면 너희 죽는다’는 말을 입버릇처럼 우리한테 하고 살았습니다.” 

허 씨는 숨진 아내 전모 씨와 식당을 운영했다. 자매의 증언에 따르면 전씨는 20년 가까이 식당 앞 장로교회에 출석했으나 어느 날 같은 교회 구모 씨의 전도로 신천지에 간 게 화근이었다. 전 씨는 2000년 8월 신천지 요한지파 새빛교회에 입교하고, 같은 해 12월 17일 48기로 신천지 신학원을 수료했다. 

문제는 신천지인이 된 전 씨에게 오래도록 전도(추수)열매가 없었던 것. 전도 안하면 사람 취급도 안하는 신천지지만 직접 식당운영을 하는 가정형편상 전 씨가 누구를 새롭게 사귀어 전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. 당연히 가족들에게 신천지교회 출석을 심하게 강요했다. 그러나 전 씨가 열심히 전도하려고 하면 할수록 가족들과의 갈등은 고조되기만 했다. 대화 두 마디만 넘어가면 전 씨가 신천지 얘기를 꺼냈기 때문이다. 정상적인 대화를 지속하는 것 자체가 점점 불가능해졌다. 그럴 때 마다 허 씨는 딸들에게 윙크를 하며 다투지 말고 조용히 하라고 말렸다. 그러면서 “너희가 엄마를 사랑해서 다시 데리고 나와야 한다”고 다독였다. 

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. 신천지가 뭔지 몰랐던 초창기엔 오히려 하루 종일 일만 하는 어머니가 신앙생활에 열심인 걸 자매는 좋아했고, 허 씨는 그런 아내를 신천지교회에 데려다주기까지 했다. 또한 중간엔 자식 입장에서 어머니를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기도 했다. 큰 딸이 직접 한달 간 신천지 교육을 받았던 것이다. “남편도 자식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데 이 집에 계속 있을 이유가 없다”며 전 씨가 너무 힘들어했기 때문인데,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딸은 정말 그 교리를 믿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. 다시 가족 간의 불화가 시작됐다. 

금전문제도 발생했다. 전 씨가 어느 날 마이크 수리비 명목으로 1,800만원을 신천지교회에 기부해 허 씨와 갈등을 빚었다. 또한 신천지 신도로부터 소개받은 사람에게 1,500만원을 사기 당하고, 사람들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는 등 금전문제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. 결국 허 씨는 아내에게 “신천지에 안가고 가정의 경제권을 계속 가질 거냐 아니면 경제권을 포기하고 신천지에 계속 갈 것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”고 요구했고, 전씨는 “신천지”를 택했다. 

갈등의 최고조는 올해 초부터다. 1월경 신천지 교주 이만희로부터 “때가 왔다. 구원을 받으려면 전도를 해야 한다”는 강론을 듣고부터 전 씨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허 씨에게 신천지 교리를 설명하기 시작했다. 하루 종일 식당 일을 같이 하면서 틈만 나면 신천지 교회에 가자고 남편에게 줄기차게 요구한 것이다. 

그 와중에 세를 놨던 식당건물 2층에 신천지측 사람이 들어와 ‘복음방’(신천지측이 사람들을 신학원에 입학시키기 전 자신들의 교리로 세뇌교육 하는 곳)으로 사용하며 수시로 출입하고, 또 자연스럽게 식당에 내려와 식사를 하고 가면서 허 씨에게 교회에 나오라고 얘기했다. 한마디로 허 씨는 최근 약 두 달 이상 신천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생활해야 했던 것이다. 

이후 3월 10일 새벽,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 2주 동안이 허 씨에겐 가장 힘든 시기였다. 다리를 다쳐 가게 문도 닫을 만큼 거동이 불편해진 허 씨에게 전 씨 뿐만 아니라 신천지 지역장과 구역장 등이 집안까지 들어와 전도를 하려 했던 것이다. 3월 8일 허 씨에게 억지로 신천지에 대한 설명을 해댔던 신도들은 사건 발생 전날인 3월 9일에도 찾아왔다. 다리가 불편해 외출도 못하는 상황에서 허 씨는 안방 문을 잠그고 대면을 거부했지만 소용없었다. 신천지 전도사들은 약 1시간 동안 문을 두드리며 허 씨를 불러냈고, 결국 허 씨는 억지로 또 한 시간가량 신천지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했다. 

그날 밤 허 씨는 전 씨와 심하게 다퉜다. 전씨는 “이제 때가 왔다”, “당신보다 더 큰 사람이 와서 해하면 어떻게 할꺼냐”며 허 씨를 다그쳤고, 술이 만취한 상태였던 허 씨는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폭발시켰다. 순간적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. 결국 2012년 들어 거의 매일, 그것도 하루 종일 아내와 신도들로부터 신천지에 나올 것을 강요당하고 시달리던 허 씨는 “전도하는 사람들만이라도 집에 오지 않게 해 달라”고 부탁하려 하다 격한 분노를 표출하게 된 것이다.

한편,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 함께 참석한 한국기독교(구리)이단상담소 신현욱 소장은 전 씨가 입버릇처럼 자녀들에게 얘기했다는 “같이 (신천지)교회에 가야한다. 안가면 너희 죽는다”는 말에 대해 “자신은 영생할 텐데 너희가 신천지에 안 오면 영생 못하고 죽는다. 그러면 나랑 헤어지게 된다”는 뜻으로 한 말이라고 해석했다. 그만큼 전 씨의 영생에 대한 신천지 믿음이 확고했다는 설명이다.

   

   
▲ 신현욱 소장이 <하늘 누룩>을 들어보이고 있다. 이 책 52페이지에는 “전도 못한 사람은 만고에 창피한 일이다. 남의 면류관은 이만한데(큰데) 자기 면류관은 요만하면(작으면)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?”라는 이만희 교주의 어록이 기록되어 있다. 유가족들은 전씨가 이 책을 성경공부교재로 사용했다고 밝혔다.

신 소장은 또 “전 씨의 유가족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자세히 살펴봤다”며 “전도에 대한 전 씨의 압박감이 엄청났던 것 같다”고 진단했다. “올해 신천지는 15만 명을 목표로 12지파 ‘완성의 해’, ‘승리의 해’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, 가족을 사랑했던 전 씨가 조급한 마음으로 전도하는 과정에서 이런 화를 부른 것 같다”는 설명이다. 또한 신 소장은 “전 씨의 가족전도에 대해서 신천지 측이 철저하게 조종했을 것”이라고도 주장했다. 

유가족들이 “전 씨가 성경공부 교재로 사용했던 것”이라며 제공한 <하늘 누룩> 52페이지에는 “전도 못한 사람은 만고에 창피한 일이다. 남의 면류관은 이만한데(큰데) 자기 면류관은 요만하면(작으면)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?”라고 말한 이만희 교주의 어록이 기록되어 있으며, 또한 신천지측 신도들이 전 씨와 주고받은 문자에는 ‘총회장님 특별지시사항’이라며 전 씨의 전도를 독려한 내용 다수 기록되어 있었다.

   
▲ 신천지측 신도들이 전씨와 주고받은 문자들. ‘총회장님 특별지시사항’이라며 전씨의 전도를 독려한 내용이 다수 기록되어 있었다.

인터뷰에 앞서 신천지대책전국연합 대표 이덕술 목사는 “사이비종교문제는 개인 혹은 가정파괴의 문제만이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회적, 국가적인 문제다”며 “허 씨 가족뿐만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가정문제들이 더욱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. 특히 사이비종교들의 종말론에 대해 사회가 조속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”고 강조했다.

이 글은 인터넷신문 <교회와신앙>( www.amennews.com)  2012년 4월 18일자에 나온 글입니다. Copyrightⓒ<교회와신앙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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